청평조사 (淸平調詞)는 당 현종 (唐 玄宗)이 모란이 만발한 심향정 (沈香亭) 에서 양 귀비와 함께 잔치를 베풀고 여흥을 즐기던 중 당대의 명창인 이 구년 (李 龜年)을 시켜 노래를 부르려고 할 때 이태 까지의 시에 흡족하지 못한 현종이 그 당시 궁정 시인으로 있었던 이 백에게 새로 시를 지을 것을 명했습니다. 이 때 이 백은 술에 만취되었으나 즉석에서 양 귀비의 아름다움을 칭송한 시 세 수를 지었습니다. 본 시는 양 귀비를 노래한 작품으로 주제 대상 자체가 명시 되지 않은 묘한 시로, 즉석에서 노래가 되어 불러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주제 대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양 귀비를 한나라의 성제 (成帝)를 유혹한 조 비연(趙 飛燕)과 비유한 대목이 있어 양 귀비의 모함으로 이 백은 궁중에서 추방되었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에 빌붙어 있는 무리들의 한심한 작태는 여전한 모양입니다. 씁쓸한 맛이 감도는 시입니다만 이 백의 일필휘지의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어떤 정치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지말고 그냥 "미인을 미인으로 칭송한 시" 정도로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청평조사 (淸平調詞)
(이 백, 李 白)
雲想衣裳花想容 (운상의상화상용), 구름은 당신의 옷 꽃은 예쁜 그대의 얼굴이네.
春風拂檻露華濃 (춘풍불함노화농). 봄바람은 난간 스치고 이슬방울 화려하다.
若非群玉山頭見 (약비군옥산두견), 만약 선녀같은 우리님을 군옥산 보지 못하면,
會向瑤臺月下逢 (회향요대월하봉). 달빛 아래 요대에서 우리 서로 만나게 되리라.
청평조사 (淸平調詞) : 청평조라고 하는 음악의 곡조에 맞추어 지은 가사를 뜻합니다.
운상의상 (雲想衣裳) : 구름을 보니 옷을 연상한다는 의미입니다. 구름 같은 옷
화상용 (花想容) : 모란꽃 과도 같은 용모
함 (檻) : 모란꽃 밭의 난간, 불함 (拂檻)은 난간으로 바람이 솔솔 분다는 의미입니다.
로화농 (露華濃) : 꽃에 맺힌 이슬방울. 또는 빛나는 이슬방울을 꽃에 비유한 것 으로서 아지랭이가 꽃가지에 짙게 피어오르는 모습을 나타낸 것 입니다.
약비 (若非) : 만약 ~이 아니라면,
군옥산 (群玉山) : 산해경 (山海經)에 나오는 전설적인 산. 서쪽에 있으며 신선인 서왕모 (西王母)와 더불어 아름다운 선녀들이 산꼭대기에 살고 있다고 전해 집니다. 일설에는 곤륜산 (崑崙山)을 말하기도 한다고는 하나 확실치는 않습니다. 여기서는 서왕모와 양귀비를 대비한 것 입니다.
회 (會) : 반드시, 필경, 향 (向) : ~에서
요대 (瑤臺) : 초사 (楚辭)에 나오는 전설적인 선경 (仙景). 오색 옥으로 만들어진 대지 (臺地)로 선녀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실녀와 양귀비를 대비하고자 한 것입니다.
구름을 보니 그대 (양 귀비)의 옷이 생각나고, 모란꽃을 보니 그대 (양 귀비)의 아름다운 모습이 연상됩니다. 봄바람은 화원의 난간을 가볍게 불어 스치고 꽃에 맺힌 이슬방울은 짙게 영글어 봄색이 온천지에 가득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선녀같은 그대는 만약 서왕모가 산다는 군옥산 꼭대기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선녀들이 살고 있다는 요대에서 달 밝은 밤에나 만날 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종을 따라 모란꽃밭으로 나온 양귀비를 마냥 칭찬했습니다. "구름 같은 옷 (雲想衣)" "꽃다운 얼굴 (花想容)"은 정적인 묘사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봄바람은 사뿐히 난간을 스치고 (春風拂檻)" 라며 급하게 동적인 묘사로 전환하였습니다. 이것은 구름같은 옷소매를 난간에 쓸어 스치며 모란꽃 송이 사이를 누비는 양귀비를 묘사한 것입니다. 이렇게 사물의 대상을 좁혀 꽃송이로 우리의 초점을 모으고 다시 꽃송이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을 대비시켜 농염하게 맺히고 엉긴 아지랭이를 통해 아름다운 화심과 더불어 양귀비의 사무친 사랑의 정을 응결시켜 돋아나게 하였습니다. 화려한 즐거움 속에서 현종과 양귀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선녀들이 떼지어 사는 선경으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양귀비를 신선과 선녀인 서왕모와 질녀를 대비시킨 상태입니다. 아부의 극치를 보는 듯 합니다. 이 백의 전혀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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