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함양'

천년의 숲, 함양상림

운산(雲山) 2011. 8. 14. 08:45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남해 바래길, 부산 갈맷길...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길’들이 생겨나고, 우리는 ‘걷기 여행’에 홀릭하고 있다. 이런 길들 중에는 걷기 여행의 열풍에 힘입어 지자체에서 인공적으로 새로이 만든 길도 있지만, 원래부터 존재하던 길에 이름만 갖다 붙인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하도 ‘올레~올레~’하니까 제주도 올레 여행을 간 어떤 사람이 올레길을 한참이나 걷다가 “도대체 올레는 어디예요? 언제쯤 나와요?”라고 물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인간이 살기 시작할 때부터 길은 존재했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을 우리는 늘 걸어가고 있다. 길은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어쩌면 ‘느림의 미학’이니 ‘자아성찰의 계기’니 그런 거창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더라도 길 자체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만으로도 우리는 길 위에 서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건 아닐까? 한번쯤은 각각의 길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지를 되새겨 보며 걸었으면 좋겠다.


이제 휴가철도 절정에 이르렀다. 다들 어디로 떠날까? 한여름에 땡볕 아래 걷기 여행은 너무 무모한 여행은 아닐까? 굳이 온갖 ‘길’이라 붙여진 걷기 여행 코스가 아니더라도 자박자박 걸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길들은 얼마든지 많다. 이 여름에 걷기 좋은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산에서 2시간 남짓 가면 닿을 수 있는 고장, 함양. 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이곳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걷기 좋은 산책로와 특이한 사찰, 땀을 식혀줄 시원한 계곡, 거기에 맛난 음식까지 구비되어 있으니 짧은 여름휴가지로 그만이다. 

함양상림은 함양읍 서쪽 위천(渭川)강가에 있는 숲인데, 통일신라 시대 때 최치원 선생이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초기에는 대관림(大館林)이라 불리던 숲이 홍수로 가운데 부분이 유실되어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뉘게 되었고, 현재는 상림만이 예전의 모습대로 남아 ‘상림’이라 불리고 있다. 역사에 맞게 ‘천년의 숲’이라 불리는 함양상림은 사계절 아름답지만, 단풍색이 고운 늦가을과 연꽃 만발한 여름이 가장 아름답다. 상림공원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한여름 더위를 잊을 만큼 맑고 청량한 공기가 우리를 감싼다. ‘사랑나무’라고도 불리는 ‘연리목’이 두 그루가 나타난다.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의 뿌리가 함께 붙어 자란 이 연리목은 부부간의 금슬을 좋게 하고, 연인들에게는 영원한 사랑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이 길을 걸으며 사랑을 다짐한다면 너무 신파극일까? 이 외에도 함양상림에는 2만여 그루나 되는 나무가 자라고 있어 수목원을 방불케 하며 숲의 희귀성 덕분에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다. 상림 안에 최치원의 신도비가 있는데 그 안에 ‘건학사루 수식림목어장제(建學士樓手植林木於長堤)’라 씌어져 있다. 상림 인근의 학사루와 함께 둘러보아도 좋겠다. 상림의 끝자락에는 고운(孤雲) 최치원을 기리는 사운정(思雲亭)이라는 정자도 있으니 쉬어 가면 좋겠다. 숲 우측에 조성된 연밭은 수련과 홍련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연밭을 따라 연꽃 구경을 하다 보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함양상림을 거닐며 땀을 흘렸다면 땀을 식히러 계곡으로 가보자. 함양의 유명한 계곡인 용추계곡은 직각으로 떨어지는 폭포수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예로부터 ‘물레방아의 고장’이라 불리는 함양은 떡으로도 유명한데, 그 까닭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맑은 물에 있다고 한다. 


 폭포수가 떨어질 때면 지척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비록 가야산은 아닐지라도 최치원 선생의 칠언절구 《題伽倻山讀書堂》에 나오는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늘 시비하는 소리가 들릴까 두려워 일부러 흐르는 물로 산을 감싸다)의 경지를 알 법도 하다. 얼음처럼 차가운 용추계곡에 발을 담그고 속세에서 잠시 벗어나 신선이 되어 보는 건 어떨런지? 

 사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벽송사의 부속 암자인 서암정사에 가보기를 권한다. 서암정사는 원응 스님이 10여 년에 걸쳐 자연 암반에 불상을 조각하고 극락세계를 그려 완공한 린 조각법당을 굴을 파고 조각을 한, 전국에 몇 안되는 암자이다. 


근처에는 함양의 또다른 계곡인 칠선계곡이 있으므로 용추계곡과 칠선계곡 중에 선택하여 물놀이를 하면 된다.

함양의 맛집으로는 오곡밥 정식이 맛있는 늘봄가든, 연잎밥으로 유명한 옥연가, 최근에 생긴 파스타 전문점 수피아 등이 있다.

 

함양상림 :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349-1 

 

 출처 : 장은숙,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