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존엄한 죽음을 위한 첫 단추, 사전의료지시서

운산(雲山) 2014. 5. 27. 03:56

 

 

事前醫療 指示書

 

   나 김ㅇㅇ(남)(주민등록번호 4***** - 1******)은 현재 서울특별시 ㅇㅇ구 ㅇㅇ동 **번 지 ㅇㅇ아파트 ***동 ****호에 거주하고 있으며, 여기에 나의 희망으로 맑은 정신하에, 앞으로 어떤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나의 자의적인 의사표시가 불가능해질 경우를 대비해, 나를 치료하는 담당의사와 가족에게 다음과 같은 “사전의료 지시”를 남기니, 나의소망대로 실행 해 주기를 바람.

 

  (1) 내가 의식이 없어진 상태가 되더라도, 기도 삽관이나 기관지 절개술 및 인공기계

       호흡치료법은 시행하지 말 것이며,

 

  (2) 내게 癌(암)성 질환이 있음이 진단되어 “항암요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내리더라도, 항암 화학요법은 시행하지 말것.(이는 항암 화학요법의 효과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나의 연령 때문임을 이해해 줄 것.)

 

  (3) 그 외, 인공영양법, 혈액투석, 더 침습적인 치료술도 시행하지 말것.

 

  (4) 그러나 탈수와 혈압유지를 위한 수액요법과 통증관리 및 생리기능 유지를 위한

        緩和(완화) 醫療(의료)의 계속은 희망하며, 임종시 혈압 상승제나 심장 소생술은

        하지 말 것.

 

  (5) 기타, 여기에 기술되지 않은 부분은 대한의학협회에서 공포하고 보완하고 있는

       최근의“임종환자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료윤리 지침” 에 따라 결정하고,

       의료진과 법의 집행인은, 나의 이상의 소망과 환자로서의 나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주기를 바람.

 

  (6) 나는 나의 “사전 의료지시서” 내용이 누구에 의해서 변조되지 않기를 원하며

       이 선언이 법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족에게 위임 발표하도록 하였음.

 

  20  년         월          일

                                        환자 성명 :          서명 (도장)

                                        가족 증인 :          서명 (도장)

                                        공 증 인   ;          서명

 

 

 

     사전의료지시서(advance medical directive)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특정 치료의 지속이나 중지에 관한 의사를 의료인이 알 수 있도록 미리 밝혀 놓은 문서. 주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이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적용 등  무의미한 연명 치료 거부의사를 명시할 때 쓰인다.

 <사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윤리위원회는 지난달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 A씨의 가족이 제기한 인공호흡기 제거 요청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존엄사 논쟁’을 불러일으킨 김모(77·여) 할머니 소송이 시작되면서 만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3단계 기준’을 적용한 결과였다. 말기환자였던 A씨는 수술 중 상태가 악화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심각한 뇌손상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주 질환의 회복이 불가능한’ 2단계

환자였던 것이다.

병원 지침에 따르면 이 단계에선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가 필요하며, 치료 중단 시 가족의 동의와

병원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했다.

A씨는 김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공증을 받거나 다른 사람이 입회한 가운데 자기 의사를 표현한 문서가

없었다. 대신 가족은 A씨가 수술 전에 혼자 써놓은 것 같다는 한 장의 문서를 들고 왔다. ‘수술이 잘못될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받고 싶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병원윤리위원회는 50만원가량 드는 필적 감정까지 거친 끝에 결국 이것이 A씨의 뜻이라고 인정했다.

A씨는 자발적 호흡을 회복한 김 할머니와 달리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사망했다.

 

 

<생명권보다 자기선택권 중시>
김 할머니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에서 가장 강조된 두 가지 개념은 ‘자기결정권’과 ‘사전의료지시’였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허대석(서울대 의대 교수·혈액종양내과) 원장은 “죽음을 앞둔 환자에 대해서는

단순한 생명권보다 행복추구권을 우선시해 의료적 처치를 환자 스스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판결은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사망 단계의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는 신체침해행위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고 ▶이러한 자기결정권은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있을 때 미리 의료인에게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둔 문서 형태의 사전의료지시를 통해 인정받을 수 있으며 ▶만약 요건을 모두 갖춘 사전의료지시가 없는 경우에는 평소 가족·친지에게 한 의사 표현이나 종교·생활태도 등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의사를 추정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도 사전의료지시서와 같은 문서는 남기지 않았지만 “의미 없는 생명연장을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말아 달라” “인공호흡기는 절대 안 된다”는 등의 말을 남겼다. 이를 김 추기경의 대리인 역할을 한 정진석 추기경이 의료진에 공증해 줌으로써 임종과정에서 김 추기경에게는 인공호흡기를 쓰지 않았다.


공인이었던 김 추기경에 비해 김 할머니는 추정 의사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법원은 김 할머니가 평소 가족에게 “내가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호흡기는 끼우지 말라”고

얘기했다는 것 등을 연명치료를 거부했을 만한 의사 표시로 인정했다. 만약 김 할머니가 지난해 2월 의식을 잃기 전에 만들어둔 사전의료지시서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적어도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때부터 대법원 판결을 거쳐 6월 23일 실제로 인공호흡기를 떼기까지, 김 할머니가 13개월 이상을 중환자실에서 호흡기에 연결된 채 홀로 누워 있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