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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韓詩] 紙鳶 (지연) 종이鳶

운산(雲山) 2013. 6. 25. 20:02

 

[가슴으로 읽는 韓詩] 紙鳶  (지연) 종이鳶
安大會·成均館大 敎授·漢文學

 
紙鳶  (지연)  종이鳶

 
野小風微不得意  (야소풍미부득의)
들은 좁고 바람은 弱해 내 뜻대로 날지 못하니


日光搖曳故相牽  (일광요예고상견)
햇빛 속에 흔들흔들 짐짓 당겨 버텨낸다.


削平天下槐花樹  (삭평천하괴화수)
하늘 아래 회화나무 싹둑 쳐서 없애고서


鳥沒雲飛迺浩然  (조몰운비내호연)
새가 사라지고 구름 떠가듯 날려 보내야 가슴이 후련하리라.


-박제가(朴齊家·1750~1805)

 


'北學議'의 著者 楚亭 朴齊家가 10代 少年 時節에 썼다. 찬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아이들이 鳶을 날린다. 그 무리 속에 詩人도 함께 끼어 있다. 鳶을 높이 날리고 싶지만 들이 좁고 바람이 弱해 아이들은 겨우 버티고 있다. 게다가 키 큰 회화나무가 하늘로 날아갈 길을 막고 섰다. 저놈의 나무를 베어 쓰러트려야 까마득한 하늘로 鳶이 솟구칠 텐데. 하늘 끝으로 사라져간 새나 구름처럼 鳶이 視野를 벗어난다면 좋으리라. 아이들의 鳶날리기는 人生의 飛上과도 같다. 少年의 벅찬 抱負를 鳶에 담아 하늘 높이 밀어올리고 싶은데 들은 좁고 바람은 弱하다. 게다가 큰 古木까지 妨害한다. 抛棄해야 할까? 障碍物을 부숴 뜻을 펼칠 벌판을 만들고 싶은 欲望이 얼레를 잡은 少年의 가슴을 채운다.